국민연금 고갈 위기라면서…정부는 왜 쌈짓돈처럼 빼쓰나 [국민연금]①_하루만에 돈 벌다_krvip

국민연금 고갈 위기라면서…정부는 왜 쌈짓돈처럼 빼쓰나 [국민연금]①_문신 카지노 사진_krvip


"국민을 든든하게 연금을 튼튼하게" 한때 국민연금공단이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여기에서 '든든하게=노후소득 안정', "튼튼하게=연금재정 안정'을 뜻한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과 재정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 노인은 국민연금을 든든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만년 1등인 한국의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이 그 증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1,000조 원 가까운 연기금을 가진 부자 나라, 한국에서 가난 때문에 자살을 택하는 노인들이 줄지 않는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국민연금의 문제점과 개편의 필요성, 그리고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문제를 연속으로 짚어본다.

■ 보건복지부가 채용하고, 월급은 연기금에서

보건복지부 채용공고/홈페이지 내용 갈무리
지난달 7일, 보건복지부가 사람을 뽑는다고 올린 공고다. 민간인 전문계약직 채용, 소속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근무지는 서울 소재 국민연금 기금운용 상근전문위원실. 보수는 월 550만 원 수준이라고 돼 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보건복지부가 공고를 내고 채용을 하는데 이들의 급여는? 보건복지부가 주지 않는다. 그럼 어디에서 나갈까? 바로 국민연금 기금이다.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실에는 모두 9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의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 각종 운영경비는 모두 연기금에서 지급된다. 연간 12억 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다. 한번 회의를 할 때는 20여 명의 운용위원과 수행 인원, 기자들까지 수십 명이 모인다. 지금껏 대부분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열렸다. 위원회 공식 참석자에겐 약 30만 원 수준의 회의비가 지급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합동 연찬회(23년 2월/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 보건복지부 차관이 위원장인 실무평가위원회, 그리고 각종 전문위원회 등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위원회 비용은 모두 연기금에서 나간다. 올해는 연간 약 10억 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비용은 모두 연기금을 쓰는 식이다.

이런 돈이 기금에서 나가게 된 건 기금운용위원회가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계획을 짜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해 정부가 예산을 쓸 수도 있는 비용이 모두 연기금으로 넘어간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심사와 근로능력판정 사업 등을 위탁하면서 인건비를 제대로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19~22년까지 정부가 연금공단에 638억 원의 인건비를 덜 줬다고 조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국가시책으로 추진한 '착한 임대인정책'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은 30억 원을 썼는데 정부는 이 역시 보전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가 제대로 지불하지 않은 돈은 모두 국민들이 낸 보험료, 즉 연기금에서 지출됐다.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공단에 100억 원 지원....관리운영비의 고작 1.8%

국민연금법 제87조(국고 부담) 국가는 매년 공단 및 건강보험공단이 국민연금사업을 관리·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

수익을 추구하는 공기업과 달리 '공단'은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 경비를 모두 정부가 부담해도 문제가 될 게 없다. 국민연금법에도 국가가 이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고를 거의 쓰지 않고 '거의 전부' 국민이 낸 보험료인 연기금을 쓰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운영비로 지원하는 국고는 연간 100억 원. 국민연금공단의 관리운영비 총액이 약 5,500억 원이었으니까 고작 1.8%를 부담한다. 나머지 98.2%는 연기금에서 쓴 것이다. 국민연금이 공적연금인지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사적연금인지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 지원금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과 노르웨이는 기금 관리비용 전액을 국고로 부담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연금공단에 주는 돈 100억 원은 정부가 감사권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권한은 유지하면서 그에 걸맞은 책임은 지지 않는 모양새이다.

■ 국고 지원, 국민연금 1조 원 vs 건강보험 10조 원

은퇴 이후 노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돈과 건강이다. 그러나 한국의 건강보험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은 유럽 선진국의 약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OECD 조사결과 대부분 나라는 정부 지출에서 공적연금에 투입되는 예산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에 대한 정부 지출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앞의 사례처럼 오히려 정부가 연기금의 돈을 가져다 쓴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국정부가 국민연금제도에 기여하는 비용은 연간 약 1조 원(2022년 예산안 기준) 정도이다. 대부분의 정부 지원은 두루누리 (소규모 사업장의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과 농어업인 및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사업 등을 통해 들어온다.

한편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국고지원은 10.9조 원으로 대략 국민연금보다 10배나 큰 돈이 들어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액은 아예 법률로 보장돼 있어 2023년 예산안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일반 회계에서 9조 원,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1.8조 원 등 모두 10조 9천억 여 원이 지원된다.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은 현재(23년 5월 말) 974조 원. 곧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다. 정부의 기금 재정계산 결과 이 돈은 30여 년 후(2055년) 고갈될 예정이지만, 지금 현재로는 대한민국에서 단일자산으로 가장 큰 규모의 돈을 보건복지부가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연금자산의 고갈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마당에 국민이 노후소득을 위해 모은 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